혈투
2010. 4. 19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뱀이잖아!?”
“그 독한 녀석을 어떻게 잡아왔니!”
“아이쿠야, 그 독한 녀석을 어떻게 잡아왔니, 그 독해 빠진 녀석을 어떻게 용케 때려 잡아가지고 왔니!”
뱀을 잡아왔다. 그 독한 독뱀을 때려 잡아가지고 왔다. 진돗개가 뱀을 잡아가지고 입에 꽉 물고는, 당당하게 휴전선을 걸어 내려온다.
진돗개의 입에 꽉 물려있는 독뱀을 보니, 뱀의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놓다시피 해놓고 말았다. 머리통을 갈기갈기 찢다 못해 아예 바짝 부셔놓아 버렸고, 그 독한 이빨도 다 부서뜨려버린 체,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게 만들어 놓아버렸다.
진돗개가 어찌나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날카롭게 물어뜯어놓았는지, 그 독한 독사의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겨진 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살점이 뚝뚝 떨어져나간 흔적 투성이 독뱀이, 진돗개의 이빨에 꽉 물린 체, 양쪽으로 몸통을 축 늘어뜨리고는 꼼짝달싹을 못한다.
완벽한 진돗개의 승리다. 완벽한 진돗개의 승리다.
“그 독한 녀석과 혈투를 벌렸다면,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어딜 어떻게 다쳤니!, 어디 물린 자국이 어디어디니!, 그 독해빠진 녀석을 때려잡자면, 여기저기 수도 없이 다쳤을 텐데, 그 목숨을 건 혈투에서 다친 자국이 몇 군데나 되니!?”
보니
별로 물린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적지에까지 깊숙이 들어가서 녀석과 혈투를 벌리느라 어찌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진돗개가 기운이 쏙 빠진 체, 몸이 축 늘어져 있기는 해도 별로 몰린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하나도 안 물렸니!?, 하나도 물리지 않고 그 독해 빠진 녀석을 때려 잡아가지고 왔니!?, 아이쿠야, 참으로 고생했다. 참으로 고생 많이 했다. 쯧쯧, 그래서 그렇게 기운이 쏙 빠진 체 탈진상태가 되어버렸구나!, 녀석과 심하게 혈투를 벌이느라 그렇게 기운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구나, 쯧쯧, 그래도 어디 한군데도 다치지 않고 잡아 왔으니 다행이다. 됐다, 됐어, 천만 다행이다. 천만 다행이다.
나는 네가 그렇게 멋지게 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휴전선 너머 깊숙이 적진에 까지 들어가서, 그렇게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참으로 용사답다. 참으로 용사답다. 장하다. 장하다. 수고 했다. 참 고생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