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벌
2009. 5. 29일
뒷동산의 관목들이 작벌을 당했다.
뒷동산의 관목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작벌을 당하고 말았다.
교회
뒷동산이다.
자잘한 나무들이 잔뜩 우거진 뒷동산이다. 큼직큼직한 나무들은 하나도 없고 관목들만 잔뜩 우거진 뒷동산이다.
싸리나무,
무궁화나무, 진달래, 앵두나무, 탱자나무 등 원가지가 없고, 잔가지만 무성하게 번식하는 떨기나무들이 우거진 뒷동산이다.
동산의
수풀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작벌을 당하고 말았다. 동산 이쪽 편에서부터 동산 저쪽 끝까지, 한그루도 남지 않고 몽땅 다 작벌을 당하고 말았다.
싸리나무도,
무궁화나무도, 진달래나무도, 앵두나무도, 탱자나무도, 모조리 삭둑삭둑! 다 잘려버리고 말았다. 뒷동산이 잘려진 수풀들로 가득하다.
땅바닥에
쌓인 수풀더미가, 높은 파도처럼 동산을 가득히 뒤덮어 놓는다. 사람의 가슴높이도 더되는 수풀더미들이 동산을 가득 메워놓는다.
땅바닥에
쓰러진 관목더미들이 아직도 생명이 그대로다. 푸릇푸릇 생명이 조금도 가시지를 않았다. 비록 베임을 당했다고는 해도, 아직 낫으로 베임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나뭇가지마다
새파란 생명이 그대로 유지되어있다. 난 아직 살아있다고!, 난 아직 생명이 있다고!, 난 아직 죽지 않았다고!, 반짝반짝 파란광채를 비춰대는 관목들이,
동산을
가득 메운 체, 수북 수북이 더미를 이룬다.
관목들의 크기를 보니
대략 한 길 정도 되는 것들이다. 다들 고만고만한 것들이다. 모두가 한 길 정도 되는 것들이다. 더 큰 것도 없고 더 작은 것도 없다. 싸리나무들도, 무궁화나무들도, 앵두나무들도,
무엇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일정하다. 더 큰 나무도 없고 더 작은 나무도 없다. 마치 유니폼을 입은 것처럼 일정하다. 크기가 다들 똑같다. 똑같이 한 길 정도씩이다.
마치,
한 키 정도 되는 관목들만 모아서, 유니폼을 입혀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이제 한참 자라나는 청년들을 모아다가, 군복을 입혀놓은 것과 같다. 이제 막 삐약삐약 하는 시절을 막 벗어난, 20살짜리 애송이 젊은 청년들만 모조리 뽑아다가, 군복을 입혀놓은 것과 같다.
더 큰
것도 없고, 더 작은 것도 없다. 모조리 똑같은 키, 똑같은 나이의 군인들의 모습이다.
동산이
쓰러져있는 나무들로 빼곡하다.
무궁화나무들도 몽땅 작벌을 당한 체, 희끗희끗 땅바닥에 쓰러져 있고, 싸리나무들도
몽땅 작벌을 당한 체, 땅바닥에 쓰러져있고, 탱자나무도, 앵두나무도, 진달래도, 무엇 할 것 없이, 몽땅 작벌을 당한 체, 수북 수북이 쌓여있다.
수북 수북이
쌓인 수풀들의 높이가 가슴높이 까지나 올라온다. 동산을 가득 메운 수풀들의 높이가 가슴높이정도나 된다. 동산 이쪽 끝에서 동산 저쪽 끝까지가, 가슴높이나 되는
수풀더미들로
산을 이루고 산을 이룬다. 싸리나무들이 쓰러져있는 그 위에, 진달래나무들이 앞에 있는 싸리나무를 베게삼아 수북 수북이 눕혀져있고, 그 진달래나무를 베게삼아 무궁화나무가
차곡차곡 쓰러진 체 수북 수북이 눕혀져 있고, 또 그 위를 앵두나무가, 탱자나무가 차곡차곡 앞에 쓰러져있는 나무들을 베게삼아 나란히, 나란히 눕혀져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참패를 당한 군인들이 전멸을 한 체, 그 시체가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앞에 있는 전사 체를 베게삼아 다음 전사체가 쓰러져있고,
그
쓰러져있는 시체를 베게삼아 다음 시체가 쓰러져있고, 또 그다음 시체를 베게삼아 그 다음 시체가 쓰러져 있고......., 영락없는 군인들의 전사 체들이다.
마치
킬링필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 많은 군인들이 한꺼번에 몰사 죽음을 해가지고, 땅바닥에 흥건히 나동그라져 있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사람의 가슴높이 정도나 올라올 정도로, 높이 쌓인 군인들의 시체가 더미를 이루고 더미를 이룬다. 동산 이쪽 끝에서부터 저쪽 끝까지가, 죽임을 당한 군인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산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