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2011. 2. 23일
<아침 7시에 받은 계시>
백기 두 개가 펄럭인다.
폐허가 된 도심 한 복판에 백기 두 개가 펄럭인다. 완전히 폐허더미가 되어버린 서울 도심 함 복판에, 낡아빠진 백기 두 개가 펄럭이는데, 도시가 폐허가 될 때 천이 찌들어서 그런지, 기가 푹 썩은 것처럼 보인다. 건들기만 해도 푸석푸석 썩은 천의 올이 묻어나올 듯 한 다 낡아빠진 천에, Seoul 이라고 쓴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커다란 백기가 조금은 휘어져 있어서 글자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도심 한 복판에 워낙 크게 세워져 있기 때문에, Seoul 이란 글자를 알아보기에는 별 지장이 없다.
그 곁에 똑같이 낡아빠진 백기 하나!, 낡을 대로 낡아빠진 천으로 된 백기가 그 곁에서 같이 흔들리고 있지만, Seoul 이란 백기가 클로즈업 되어 보이는 바람에, 곁에 있는 백기의 글자는 잘 보이지를 않는다. 경기도라고 쓰여진 것 같기도 하고!, 인천이라고 쓰여진 것 같기도 하고!,
사람도, 빌딩도, 자동차들도, 모두가 무덤이 되어버린 서울 한 복판에, 커다란 백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마치 상갓집을 방불케 한다.
쌀
2011. 2. 23일
<오후4시에 받은 계시>
“아니, 쌀이!”
“아니, 쌀이 언제 이렇게 벌써 바닥이 났지!, 독독 긁어서 오늘저녁 해 먹으면 딱 맞겠네!, 큰일 났네, 이 전쟁 통에 어디 가서 쌀을 구해!, 아 참!, 이럴 줄 알았더면 미리 5~6포 여유 있게 사다놓는 건데! 미리 여유 있게 5~6포 사다가 쌓아놓는 건데!, 아참, 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