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
2011. 2. 15일
<오후 6시에 받은 계시>
“앗!, 누구야!, 이 시간에 산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사람이!”
“누가 이 해거름에 산에서 허겁지겁 내려오는 거야, 혼자서!”
마치 도깨비처럼 생겼다. 첨보는 사람에다 첨보는 복장이다. 무언가 푸릇푸릇한 옷을 입었는데, 완전히 촌티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이 지방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다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뒤집어 까고, 허겁지겁 정신없이 산에서 내려오는 폼이, 무언가 보통 사람은 아니다. 또 옷은 그렇게 푸릇푸릇한 것을 촌스럽게 입은 데다, 몸은 왜 그렇게 왜소하냐!, 마치 허깨비에다 옷을 입혀놓은 것 같다. 무슨 사람이 뼈와 가죽만 남은 사람 같다. 혹시 간첩인가!,
야!, 너는 누구냐!,
녀석, 무어가 생기기는 비둘기처럼 생긴 것이, 비둘기치고 왜 그렇게 몸집이 작으냐!, 남들 클 때 뭘 했어, 왜 몸이 다른 비둘기들보다 절반밖에 안 돼!, 비쩍 말라서 그런 거니, 못 큰 거니!, 아니!, 왜, 녀석아!, 왜 갑자기 몸을 360° 획 돌리면서 사방을 살펴!, 누가 너를 쫒니!, 왜 그렇게 잔뜩 겁에 질렸어!, 무얼 그렇게 사방을 살펴, 놀란 눈을 뒤로 뒤집어 까고!, 녀석 왜 그렇게 좌불안석이야, 가만있어봐!, 녀석 혹시 간첩인가!,
군함 한 척
2011. 2. 15일
<오전 10시에 받은 계시>
군함 한 척이 미친 듯이 날아온다. 적진 멀리 적의 군함들이 새까맣게 떠 있는 가운데, 그중 한 척이 미친 듯이 남쪽으로 날아온다. 성질이 바짝 난 군함 한 척이 붕!~ 괴성을 지르며 전속으로 날아오는데, 이 군함이 어찌나 빠르게 날아오는지 수면위로 두 세 길이나 높이 붕!~ 떠서 날아온다. 앗 따, 되게 독하게 생겼다. 그 녀석!, 뭐 일을 내도 보통으로 크게 낼 녀석이 아니다. 웬녀석이 성깔이 불이냐, 성깔이 불이냐!, 녀석 군함이 아니고 폭탄이다. 폭탄이다.
김치 뿌리
2011. 2. 15일
<아침 8시에 받은 계시>
“뿌리 쪽으로 바짝바짝 잘라먹자, 이 아까운 김치를!”
“이쪽으로 이렇게 바짝 잘라먹고, 그리고 또 이쪽으로 바짝 잘라먹고, 또 이쪽 것도, 또 이것도 마저 잘라먹자, 됐다. 알뜰하게 잘라먹었다. 그렇게 큰 김치 한 포기를 어느덧 다 먹어버렸네!. 한 잎 한 잎 먹다보니까 그렇게 큰 김치 한 포기를 어느새 다 먹어치웠네, 어떻게 그렇게 큰 김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웠을까!, 이건 버려야지 뭐, 아 아깝다. 이 비싼 김치를 뿌리 쪽으로 이렇게 많이 남기다니!, 할 수 없지 뭐, 까짓것 다 먹고 뿌리만 남은 것 아까워할 것 뭐있어, 갖다버려, 갖다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