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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여름

                 검은 여름

                                                            2011. 2. 25일

                                                    <오전 9시에 받은 계시>

 

 

 


“ ?   ^^! ”

“누가 이걸 이렇게 싹 잘라놓았어!”

“이 푸른 싹을 왜 잘랐어!, 이 푸른 싹들은 겨울 내내 그 추운 날씨를 견뎌내고, 이제 새싹이 날 채비를 하고 있는 건데 왜 싹둑싹둑 모조리 잘라놓았어!, 어!, 몽땅 다 잘랐네, 그럼 여름에 어디로 싹이 나라고!, 이상하네, 왜 새싹을 잘라, 그것도 잘라가지고 길가에 내어버리면서!,”

“이건 뭐야!, 소나무!”
“소나무잖아!, 와, 참!, 소나무를 왜 이렇게 토막토막 잘라놓았어!, 이 비싼 소나무를 왜 토막토막 잘라놓았어!, 조경회사에 팔면 소나무한 그루에 몇 백, 몇 천만 원씩 하는 건데!,”
가만있어봐,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새싹들을 몽땅 다 잘라버리고, 그 비싼 소나무마저 싹둑싹둑 잘라버렸다면, 그럼 금년 여름은 어떻게 되겠다는 거야, 금년 여름은 아예 풀도 나무도 하나 없이 지나겠다는 거야 뭐야!,

가만!,

가만, 가만!, 하이쿠야!, 그럼 금년 여름은 아예 없다는 건가!, 들판이고 산이고 할 것 없이 풀도 나무도 없이!, 온 땅이 온통 핵 방사능천지!, 생 화학무기천지!, 새빨간 흙무더기 천지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건가!,”

“ !      !  ^ !

  !

  !  ^ !”







                    꼬끼오!

                                                            2011. 2. 25일

                                                    <아침 7시에 받은 계시>

“꼬끼오!~”

“악!~”

“야, 녀석아!, 너 그 꼴을 해가지고!, 녀석아, 그 꼴을 해가지고!,”

무슨 

독가스에 잔뜩 취한 것 같기도 하고, 지독한 화학무기를 듬뿍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핵 방사능을 온 몸에 함빡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수탉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세상에다대고 꼬끼오!~ 하고 기분 나쁜 신호를 울려댄다.

이건 수탉이라도 보통 수탉이 아니다. 온 몸이 푹 썩은 것 같기도 하고, 온 몸에서 무시무시한 생화학무기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지독한 핵 방사능을 온 몸에 함빡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수탉 한 마리가, 남산공원 한복판에서 그 많은 사람들에다 대고, 꼬끼오!~ 하고 소리를 질러댄다.

“녀석아!, 

온 몸에 생화학무기를 잔뜩 뒤집어쓴 네가,

무언가 독가스에 잔뜩 취해있는 네가,

핵 방사능을 함빡 뒤집어쓴 네가,

온 몸이 앙크랗게 푹 썩은 꼴 볼견을 해가지고,

서울시민이란 시민들은 다 모여드는 남산공원 꼭대기에서,

꼬끼오!~ 하고 울어재낀다면!,

그래, 그게 이제부터 이 모든 서울 시민들이,

너처럼 이 무시무시한 핵 방사능을 함빡 뒤집어쓰라는 신호나팔이냐 뭐냐!,”




  

 

 



                아기

                                                            2011. 2. 25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앙!~, 앙~!”

“앙!~ 앙~!”

“아이고 딱하지, 왜 아기야, 왜,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울어!, 울지 마 아기야, 그만 울어, 너무 그렇게 기를 쓰고 울면 탈장이 될 위험이 있어!, 우! 여기! 여기! 여기 있어!, 울지 마!,

와!, 대통령도 필요 없네, 그 녀석, 엄마 외엔, 그런데 엄만 어딜 간거야, 이런 아길 두고, 아기가 이렇게 탈진상태가 되도록 울고 있고만!, 야, 아기야, 너네엄마도 어지간하다. 이렇게 우는 아길 두고 도대체 어딜 간거니, 나 참, 나 참!,

가만, 가만 있어봐, 이렇게까지 아길 방치해둘 엄만 없는데!, 가만있어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혹, 혹시, 하이쿠야! 맞다. 녀석!, 엄마고 아빠고 온통 식구들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

와 참!, 아무리 전쟁이 잔인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까지!, 이런 아길 두고 엄마아빨 통째로 죽음으로 몰아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