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2011. 2. 21일
<아침 8시에 받은 계시>
“누구냐 !”
“누구냐, 땅속으로 기어들어오는게 !”
“뭐가 땅속에 굴을 뚫어놓고 땅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거야, 뭐야, 뭐가 바다괴물처럼 희끄므리하게 생긴 것이 땅속으로 꿈틀꿈틀 뚫고 들어오는 거야!, 바다 속에 사는 하마종류 같기도 하고, 물소 같기도 하고!, 아니, 땅속으로 기어들어오니까, 바다짐승은 아니고, 뭔가 땅에 사는 괴물인데!, 뭐가 두더지처럼 민첩하게 땅을 뚫고 들어오는 거야!, 뭔가 희끄므리한 자동차 같은 것이 땅속으로 기어들어왔는데!, 그런데 기분 나쁘게 그 희끄므리 하게 생긴 것이, 이상하게도 왜 그 히로시마의 괴물 리틀보이처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정말로 핵이 한방 실려 들어오는 걸까!, 땅속으로!,”
탈 서울
2011. 2. 21일
<낮 12시에 받은 계시>
“윽 !”
“웬 철로에 기차가 오질 않고 사람이!”
“사람기차가!, 사람으로 만들어진 기차!, 사람들의 행렬로 만들어진 기차가!”
와, 끝이 없다. 끝이 없다. 서울을 탈출해서 남으로 남으로 피난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끝이 없다. 끝이 없다. 마치 기차가 멀리서 달려오는 것처럼, 가몰 가몰 잘 보이지도 않는 곳까지 길게 줄을 이어서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끝이 없다. 끝이 없다. 울긋불긋 총천연색 기차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게 줄을 이어서 오는 그 인파의 숫자가 뭐 끝이 없다.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