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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 굉이

 

 

 

 

                       살쾡이

                                                             2010. 7. 22일

                                                     <새벽 5시에 받은 계시>





“앗, 삵이다.”

“살쾡이다.”

그런데, 이 망나니 녀석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이 새벽부터 저렇게 급히 빨빨거리고 다니는 거야,

녀석, 되게 독하게 생겼다. 성질이 되게 못되게 생겼다. 웬만한 송아지만이나 하게 생긴 녀석이, 농장 한 복판 묘목 사이로 지나가는데, 보니 성질이 보통으로 못돼 먹은 것이 아니다. 척 보기에 어찌나 혈기가 가득 차 있는지, 빨빨거리고 묘목사이로 지나가는 사이에도, 온 몸에서 독 기운이 뚝뚝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땅 아래로 내리깔고 있는 눈에서 살기가 철철 넘쳐흐른다.

우선 무엇보다 녀석의 전체적인 모습이, 살이 떨리도록 징그럽게 생겼다. 듬성듬성 나있는 붉은 터럭사이로, 희끗희끗 속살이 들어나 보이는 것이 보통으로 징그럽게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다 어찌나 혈기가 대단한지, 녀석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발로 잡아 찢고, 두들겨 부수고, 폭발을 시켜서, 그 자리를 가루를 만들어 놓기 전에는 양이차지 않을 놈이다. 어디든 피 냄새를 맡기 전에는 절대로 양이 차지 않을 놈이다.

발톱의 날카롭기는 곰의 발톱을 닮았고, 날쌔기로는 사자를 닮았고, 동작이 빠르기로는 표범을 닮았다.

그런데 녀석 농장 한복판 묘목사이를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절대로 쥐를 잡아 먹으로 다니는 놈은 아니다. 절대로 쥐를 잡아 먹으로 다니는 놈이 아니다. 눈을 아래로 착 내리깔고, 머릿속으로는 특수공작요원의 임무를 깊이 되새기이며, 무언가 일을 내기위해서 급히 달려가고 있는 놈이다.

녀석, 이 새벽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렇게 새벽부터 급하게 달리는 것으로 보아, 전국을 한 바퀴 휙 돌아서, 부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