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는
2010. 6. 3일
<오후 8시에 받은 계시>
“아참,
다음달부터는 이 고급의자에 앉아서 수업하지 못합니다.”
족집게 선생님의 광고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영어 문법 강의를 듣는 중,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툭 광고 한마디를 던지고 강의를 계속 진행한다.
“다음 달부터는 수업을 못한다고!?, 그렇다면 이달에 당장 꽝꽝해 치운다는 뜻인가,"
특별 경계강화
2010. 6. 4일
<오전 6시에 받은 계시>
동해 바다에서부터 쭉 육지를 가로질러서 서해바다 끝까지, 개미새끼 한 마리 놓치지 않고 철저히 검색을 한다. 반짝이는 눈빛이 별빛보다 더 예리하다.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눈앞에 지나가는 행인을 검문을 하는 녀석의 눈빛이, 보통으로 삼엄한 것이 아니다.
오늘부터는 특별 경계령이 내려진다. 전혀 딴 세상으로 바뀐다. 웬만하면 보통사람들은 그냥 통과 시키던 그런 때가아니다. 이제부턴 침 한번 삼킬 여유도 주지 않는 물샐틈없는 경계가 펼쳐지게 된다. 오늘부턴 아무도 함부로 통과하지 못한다. 아무도 함부로 그냥 통과하지 못한다.
어제까지 그냥 멀리 밭머리 한쪽 편에서 사료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던, 그저 있으나마나한 그 멍멍이가 아니다. 하루 물 한 모금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천대받던 그 멍멍이가 아니다.
우선 경계를 서는 위치부터가 바뀐다. 밭머리 외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던 자리에서 천대받던 자리가 아니라, 이젠 산꼭대기 가장 높은 자리, 사방이 확 트인 자리에서 경계를 서게 된다. 산꼭대기 가장 높은 곳에다 어마어마하게 견고한 초소를 지어놓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게 된다. 동해 바다에서 쭉 육지를 가로질러서 서해바다에 이르기까지, 개미새끼 한 마리 감히 그냥 통과하지 못하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게 된다.
또 직분도 격상이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밭모퉁이 한쪽 외진 곳에서, 있으나 마나한 신분으로 천대받던 멍멍이가 아니라. 오늘부터는 온 땅을 눈 아래 내려 깔고 천하를 호령하는 어마어마한 신분으로 격상을 하게 된다. 하늘의 별을 따다 달고 천하를 호령하는 신분으로 격상을 하게 된다. 오늘부터는 개벽을 한다. 천지가 개벽을 한다. 장관, 장군, 그까짓 별 몇 개가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지 눈에 거슬렸다하면 그대로 드르륵 갈겨버릴 판이다. 개미새끼든, 쥐새끼든, 강아지든, 누구든지 눈에 거슬렸다하면 그대로 드르륵 총을 갈겨버릴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