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기가 끝날 때(3)
2010. 5. 13일
<아침 7시에 받은 계시>
또 그 논이다. 어저께 보던 산비탈에 있는 바로 그 논이다.
오늘은 논을 간다. 그런데 트랙터가 논을 가는 모습이 좀 특이하다. 여느 트랙터와는 전혀 다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이 트랙터는 다른 것들처럼 앞으로 나아가면서 좁은 폭으로 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넓은 면으로 논을 간다. 트랙터의 길이 전체가 논을 가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보니 전문 논갈이용 트랙터다. 전문적으로 논만 가는 트랙터다. 그러다보니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보통 보는 트랙터보다 10배도 더 빠른 것 같다. 한바퀴 휙!~ 논을 도는가 하더니,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큰 논을 다 갈아엎어버린다. 바로 위엣 논뱀이에서 가는 트랙터와는 전혀 딴 판이다.
바로 위엣 논뱀이에서도 아저씨가 논을 갈고 있다. 위엣 논뱀이 아저씨가 가는 트랙터는, 보통 때 보는 기계다. 논도 갈고, 모도 심고, 또 덤프트럭 역할도 하고, 불도저 역할도 하고, 등등 만 가지 역할을 다하는 다용도용 트랙터다.
위엣 논 뱀이 아저씨가 좀 가난해 보인다. 아랫 논뱀이 아저씨처럼, 최신형 논만 전문으로 가는, 시뻘건 전문논갈이용 트랙터를 구입하지 못하고, 구형트랙터로 일하는 것을 보니 좀 불쌍해 보인다.
아직 논을 갈지 않은 맨 아랫 논뱀이에는 물오리들 몇 마리가 날아와서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무슨 뜻일까?
모를 심기 위해서 논을 가는 것을 보니, 전쟁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왜냐하면 모심기가 끝이 나는 때가, 바로 남북한 전쟁도 같이 끝이 나는 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