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
2010. 1. 1일
<밤 11시에 받은 계시>
어디 길거리 쓰레기장에서 주워 다가 이어놓았는지, 판자가 당장 부스러져 내릴 자세다. 작은 산들 바람만 솔솔 불어온대도, 당장에 삐거덕! 하면서 달그락 달그락 부서져 내리게 생겼다. 먼저 한쪽 귀퉁이 부분이 부스스 떨어져 내리면서 조금씩 삭아 내리다가, 이내 그 곁에 더덕더덕 이어놓는 함석쪼가리며, 널판 조각들이 몽땅 다 떨어져 나가게 생겼다.
불안하다.
당장이라도 어디서 강풍이 쉭~!하고 불어오면서, 집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처마 끝에 더덕더덕 달아낸 함석쪼가리며, 널판조각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주워 다가 이어놓은 베니다 조각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그래도 이만하면 그런 대로 비는 안 새게 생겼다. 이만 하면 비는 안 샌다. 그만해도 다행이다. 비록 처마 끝에 달아낸 지붕이, 함석쪼가리며, 베니다 썩은 것, 함석 썩은 것, 등등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워 다가, 더덕더덕 아무렇게나 이어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비는 새지 않게 생겼다.
이만해도 감지덕지다. 이만해도 부자다. 요즘 같은 피난시절에, 판잣집 한 체 똘똘하게 갖추고 사는 집이 어디 그리 많은가, 이렇게 비를 막아줄 판잣집 한 체가 있는 것만 해도 어딘데!,
이만하면 바람도 안 들어오고, 비도 안 샌다. 이만하면 궁궐이다. 설혹 어디서 강풍이 불어와서 지붕이 절반이나 날아가 버린다 치자, 까짓것 어디까지 날아갈 것인가, 도로 주워 다가 함석쪼가리며, 베니다 조각, 널판 조각 따질 것 없이, 이것저것 짬뽕으로 합쳐서 더덕더덕 또 이어놓으면 될 테고, 뭐 이만하면 부자다.
단, 굴뚝에서 때를 따라서 연기가 날, 양식이 넉넉지 못한 것이 좀 흠이기는 하지만!,
널찍한 판잣집 뒤편에는 항상 사용하는 지개가 받혀있다. 지개가 그렇게 새것은 아니라 해도, 이만하면 뭐 제 아무리 무거운 짐이 있다 해도 얼마든지 져 나를 수 있게 생겼다. 지게의 끝부분이 이렇게 빤들빤들하게 달토록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지개가 부러지거나 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개 끝부분, 짐이 닿은 부분이 어찌나 빤들빤들하게 달아빠졌는지, 무엇으로 마광을 시킨 것처럼 빤들빤들 윤이 난다. 지개를 사용하긴 어지간히 많이 사용한 모양이다. 매일같이 온종일 이 지개로 모든 짐들을 다 져 나른 모양이다. 지개의 끝부분이 보통으로 반들거리는 것이 아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지개가 참으로 정감이 간다.
다 낡아빠진 판잣집 바로 곁에, 그에 걸맞게 잘 어울리는 교회 건물이 보인다. 교회 건물은 바로 앞에 지어진 판잣집보다는 형태가 좀 다르다. 아무래도 교회건물 이다보니, 건물의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비록 널판쪼가리들을 여기저기서 주워 다가 지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리창부분에는 좀 낡은 것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유리로 된 창들이 박혀있고, 직사각형으로 지붕을 높이 지어놓은 것이, 교회로서 갖추어야 할 모습은 완벽하게 다 갖추고 있는 상태다.
교회 처마들도, 판자때기들로 얼기설기 대충 잘 엮어서 지붕을 씌워 놓았고, 벽을 세운 판자들도 비록 낡아빠진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해도 교회 안으로는 비가 새어 들어올 염려는 없다.
다만 처마끝부분 얼기설기 이어놓은 함석쪼가리며, 널빤지조각들, 그리고 베니다 조각들이, 바람이 심하게 불면 좀 삐걱거릴까봐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이곳저곳에서 널판조각들을 닥치는 대로 주워 다가 얼기설기 아무렇게나 더덕더덕 이어놓은 지붕이다 보니, 바람이 불면 좀 삐걱거릴 염려가 있다.
그렇지만
널판조각들이며 함석조각들, 베니다조각 등등 이것저것을 워낙 여러 겹으로 더덕더덕 잘 이어놓았기 때문에, 이만하면 바람도 막아죽겠다 비도 새지 않겠다, 뭐 아늑한 내부에서 예배를 드리기에는 폭은 하기가 그만이다. 요즘 같은 피난시절의 교회치고, 이만하면 잘 지어진 예배당이다. 뭐 천막으로 지어놓은 것 보다는 이만해도 기가 막히게 좋은 예배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