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빨래
Wed. Oct 14th 2009
<4 p.m.에 받은 계시>
윙~! 쌩~!
아주 빠르게 잘 돌아간다.
전속으로 돌아간다. 춤을 추듯이 빨리 돌아간다. 빨랫감이 기가 막히게 빠르게 돌아간다.
앞에 있는 빨랫감이 돌아가는 뒤를 따라서, 뒤에 있는 빨랫감이 겹쳐서 돌아가고, 그리고 또 그 뒤의 빨랫감이 또 겹쳐서 돌아가고,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빨랫감이 앞에 있는 빨랫감을 물고는 이중 삼중으로 겹치면서 윙~! 윙~! 정신없이 돌아간다. 하여튼 돌아갈 수 있는 대까지 최대한으로 빨리 돌아간다.
이러다가
빨랫감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탁기가 통째로 붕~! 떠버리고 말겠다. 붕~! 들려버리고 말겠다.
이번 빨랫감은 뭐 그렇게 신경 써서 오래 돌릴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번
빨랫감은 원래가 처음부터 다 빨아놓았던 것들이다. 하얗게 다 빨아놓았던 것들이다.하얗게 빨아놓았던 빨랫감을, 줄에 널어서 말리지를 않고 다라에 몇 시간동안 담아 놓았던 것들이다.
잠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에 혹시 곰팡이라도 끼지 않을까 해서, 다시 한번 세탁기에 들어부은 것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빨래에는 하이타이도 하나 넣지 않았다. 세척제도 넣지 않고, 맑은 물에 유연제만 조금 풀어서 혹시라도 모를 곰팡이나 제가하기 위해서 돌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뭐
이번 빨랫감은 오래 돌릴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그저 몇 바퀴만 돌리면 된다. 쎙~! 하고 대충 몇 바퀴만 돌려서 꺼내면 된다. 표백이나 시키면서 몇 바퀴 쎙~! 돌려서 꺼내면 된다.
그런데다 또 빨랫감도 얼마 되지도 않는다. 작은 다라에 조금 담겨 있던 것이라서, 세탁기에 집어넣으니까 절반도 안 찬다. 잘해야 1/4도 찰까 말까다.
그러다보니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세탁기가 윙~! 쌩~! 정신없이 돌아가 치운다. 윙~! 쌩~! 전속으로 돌아간다. 세탁기가 어찌나 전속으로 돌아가는지, 세탁기가 윙~! 쌩~! 돌아가면서 부르르! 떤다.
아예 부르르 떨리다 못해 조금은 들썩거린다.
“까짓것 그래라!
빨리 돌아가라! 빨리 돌아치워라! 속전속결로 빨리 돌아서 끝내치워라! 까짓것 빨랫감도 얼마 안 되겠다, 또 하얗게 다 빨아진 것이겠다, 뭐 신경 쓸 필요 뭐 있냐!
신경
쓸 것 없이 속전속결로 빨리 돌아 치워라! 진짜 빨랫감을 집어넣어야 되니까!”
이 하얀
빨랫감을 빨리 돌려치우고, 진짜 빨랫감을 집어넣어야 된다. 진짜 빨랫감이 뒤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많은 빨랫감을 다 집어넣으면 세탁기 미어터지게 생겼다.
빨랫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많은 빨랫감을 다 빨려면 꾀 시간이 걸리겠다. 이렇게 많은 빨랫감이 뒤에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는 판에, 이까짓 다 빨아놓은 하얀 빨랫감에 시간을 빼앗길 필요가 뭐 있냐!,
까짓것
다 빤 것이겠다, 또 얼마 되지도 않겠다,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치워라! 속전속결로 빨리 돌아치워라! 그냥 윙~! 쌩~! 몇 바퀴만 대충 돌고 빨리 끝내치워라!,
무슨 뜻일까?
남북한 전쟁은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 치워야 된다. 까짓것 규모도 작고, 또 뭐 한번 꽝! 꽝! 했다하면 전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으니까,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치워야 된다.
빨리 끝내 치우고,
그리고
진짜 전쟁인,
미국· 중국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