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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비빔밥

                                                             Fri. Sep 25th 2009

                                                         <11 p.m.에 받은 계시>

 

 

 

   찌개 끓일 준비를 한다.

   수돗가에서 찌개를 끓일 준비를 한다. 수돗가에 커다란 김칫통을 가지고 와서 냄비에다 김치를 덜어 넣는다.

   배추김치

   5~6포기 정도나 들어가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김칫통을 들고 와서, 냄비에다 김치를 덜어 넣는다. 통에 보니 김치를 다 먹고 바닥에 깔렸다. 이제 바닥에 남은 것은 두어 끼 분밖엔 안 된다.

   김치를 다 먹고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김치가 많이 쉬었다. 많이 쉬었다. 김치가 맛이 갔기 때문에 색깔이 조금은 희어졌다. 김치가 새빨간 맛이 없다.

   이렇게

   착 쉬었으면 그냥 밥반찬으론 못 먹겠다. 천생 나머지도 마저 찌갯감 으로나 먹어야 되겠다.

   일단

   오늘 찌개 끓일 것을 냄비에 덜어 넣는다. 왼손으로 김칫통을 감싸 안고, 오른손에 들린 숟가락으로 김치를 퍼 넣는다. 먼저 한 스푼 가득 퍼서 냄비에 덜어 넣고,

   또

   한 스푼 가득히 퍼 가지고 냄비에 덜어 넣고, 그리고 또 한 스푼 가득 퍼서 냄비에 옮겨 담는다. 이만하면 된 것 같다.

   국물을 조금 더 퍼 넣을까?

 

   그런데,

  “이건,

   이건, 기도원 원장님이 주신건가?

웬 오이김치가!,

   원장님께서 주신 것을 배추 김첫통에다 부어놓았는가?

   이건, 찌개를 끓여먹기엔 아깝고!,”

   일단,

   오이김치를 한쪽으로 잘 밀어붙여놓고, 김칫국물을 두어 스푼 가득히 퍼서 냄비에 옮겨 담는다.

  “저쪽으로 가라니까, 저쪽으로,” 김칫국물을 퍼 담는데 오이김치가 자꾸만 따라 내려온다.

   오이김치가 아주 맛있게 생겼다. 원장님께서 주신 것이니까 맛이야 말할 것도 없다. 벌써 오이부터가 다르다. 이 오이는 시장에서 파는 그런 보통 오이가 아니다.

   이 오이는

   물기가 많은 오이다. 크기도 보통 오이보다 2~3배는 더 크다. 오이의 색갈이 푸르스름하면서도 시꺼먼 것이, 물기가 보통으로 많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단단하기도 하고,

   맛도 시원시원하면서 달기가 그만이다. 무엇보다 물기가 많아서 좋다. 이런 오이를 ‘물 오이’ 라고 하던가?

   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이다. 이렇게 굵직굵직하고 큰 것은 웬만한 슈퍼마켓에서, 한 개당 2,000원 내지 2,500원 정도는 주어야 산다. 나 같은 주제엔 만져보지도 못하는 오이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오이를 대략 4등분으로 기다랗게 길이로 잘라서, 속에다 갖은 양념을 다 넣었다. 그 속에 들어가는 양념이 무엇 무엇인지 나 같은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배추 썬 것,

   무채 썬 것, 사과, 배, 고춧가루, 실파, 부추, 마늘, 생강, 그리고 조개젓, 풋고추 썬 것에다 찹쌀을 어떻게 해서 넣고, 또 무얼 어떻게 넣고, 또 무얼 어떻게 해서 넣고,

   와,

   나 같은 사람은 그 김치를 담는 과정조차도 잘 모른다. 하여튼 기가 막히게 맛있는 김치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오이김치 3개가 통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오늘 식사는

   기가 막힌 정찬이 되겠다. 오늘 식사는 보통 때보다 밥을 두 배나 더 많이 먹게 생겼다.

 

   자!,

   어느덧 식사 시간이다.

   김치찌개를 먹을 땐 평상시 습관대로 밥을 비벼먹는 것이 좋다. 커다란 그릇에 밥을 퍼 넣고, 거기에다 김치찌개를 몇 스푼 푹! 퍼 넣어서 쓱 쓱! 비벼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일단 커다란 그릇에다 밥을 퍼놓고, 김치찌개도 적당히 몇 스푼 퍼 넣었다.

  “자!,

   이제 비비기만 하면 되는데, 가만있자!, 무엇 더 넣을 것이 없을까, 된장이라던가, 간장, 아니면 고추장 등, 무엇을 조금만 더 넣었으면 좋겠는데,

   무엇을 넣을까,

   비빔밥은 맵고 짜야 제 맛이 나는 법인데!, 가만있자,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이왕이면고추장을 넣자!,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새빨갛게 비비자.”

  “그렇지만,

   금식이 끝난 지 며칠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고추장을 넣어서 비벼먹었다간 뒤탈이 없을까!?”

   조금은 두렵다. 금식이 끝난 지 아직 며칠 안 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음식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먹는 김에, 먹고 나서 죽을지언정, 일단 맛있게 먹고 보자!, 까짓것 매워보았자 죽기밖에 더하려고!,”

   고추장을 펐다.

   왼손으로 고추장 병을 움켜잡고 오른손으로 고추장을 펐다. 스푼을 단단히 잡고 고추장을 반 스푼정도 푹! 펐는데!,

  “아!, 내가 지금 떨고 있는가!?”

   반 스푼정도

   푼다고 했는데 잘 안 퍼진다. 1/3스푼밖엔 안 퍼진다. 지금 내 손이 떨리고 있나보다. 아직 고추장을 먹을 정도의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비빔밥에는 고추장을 넣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잘못하면 음식을 먹고 나서 한 두 시간 후에, 배를 움켜잡고 데굴데굴 뒹굴 위험이 있다.

   사실은 김치찌개를 넣은 것만 해도 좀 무리한 반찬이다. 오늘정도라면 생 배추 썰어 넣은 것에, 된장 조금만 살짝 넣어서 심심하게 끓여야 된다.

시고,

   맵고, 짠 김치찌개를 끓인 것부터가 좀 무리한 요리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시뻘건 고추장까지 퍼 넣겠다고!?

   죽을 작정인가!?

   내 손이 떨지 않을 리가 없다. 1/3일정도 담겨진 스푼을 병에서 들어올릴까 하다가,

아니야!, 까짓것 이왕 넣는 김에 조금만 더 넣자!, 오른손에 들려있는 고추장스푼에다 힘을 주어서,

   다시 한번 살짝 더 펐다. 이미 1/3정도 담겨진 스푼에 조금 더 긁어 넣었다.

   잘 안 담겨진다.

   아직도 스푼에는 1/3밖엔 안 담겨졌다. 조금만 더 푸라니까!, 짜릿짜릿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또 다시 한번 스푼에 힘을 주어서 조금 더 긁어 펐다.

   이미

   1/3정도 담긴 스푼에 조금 더 긁어 펐다. 그러나 아직도 스푼에는 1/3 그대로인 것 같다.

  “와, 사람이, 뭐 그렇게 맘이 약한가, 반 스푼정도 푹 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스푼에 힘을 주어서 살짝 긁어 펐지만 역시 그대로다.

   까짓것

   또 한번 펐다. 이미 반 스푼정도나 담겨있는 스푼에다 또 한번 확 긁어 펐다. 고추장이점점 더 많이 담겨진다. 그렇지만 고것 가지고는 양이 안 찬다.

조금 더 풀까?

   까짓것 또 다시 한 번 더 손에 힘을 주었다. 또 한번 손에 힘을 주어서 확 긁어 펐다.

   익크!

   이정도면 너무 많이 펐는가!?

   횟수가 늘 적마다 고추장 스푼에는 양이 점점 많이 퍼 담겨진 것이 뻔한 사실이다. 이제 이정도만 거의 반 스푼은 담겨진 것 같다.

  “와,

   진짜, 죽으려고!, 진짜 죽으려고!,” 이렇게 짜게 비벼놓고, 이 맵고 짠 비빔밥을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평상시에도 이렇게 고추장을 많이 넣지는 않는데, 평상시에도 이렇게 까지 맵고 짜게 비벼 먹지는 안는데, 그래 이 몸을 해가지고!, 이 몸을 해가지고!,

   아직

   죽을 끓여먹어야 될 몸에다, 새빨간 고추장을 잔뜩 넣어서 비빔밥을 해 먹는다고?

   그것도 이렇게 많이!?, 이렇게 짜고 맵게!?

   진짜 죽으려고 작정을 했는가!?”

 

   무슨 뜻일까?

   김치찌개는 이제까지의 예로 보아서, 남북한 전쟁에 대한 징조가 나타날 때 보여주신 이상들이다.

   이렇게 지독하게 맵고 짠 찌개로 비빔밥을 만든 것을 보면, 남북한 간에 지독하게 맵고 짠 사건이 곧 터진다는 것을 계시해 주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담근 김치 외에, 원장님께서 주신 김치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전쟁준비는 우리나라 단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원해 주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역시,

   만반의 준비가 다 갖추어졌다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