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빨다
2009. 9. 10일
<p. m. 9시에 받은 계시>
이불을 빤다.
수돗가에서 이불을 빤다. 기도할 때 뒤집어쓰는 침낭처럼 만든 이불이다.
이불을 길게 한번 접어가지고 가장자리를 기역자 모양으로 꿰매어서 만든 침낭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닭털침낭처럼 만든 이불인데, 밤에 추울 때 이 침낭 속에 텀벙 들어가서 뒤집어쓰고 기도를 하면, 보통 이불보다 아주 따듯해서 좋다.
수돗가에서
이불을 빠는데 보니 벌써 다 빨았다. 언제 시작했는지 벌써 다 빨았다. 벌써 다 빨고 이제는 돌 다음이 위에다 다 빤 이불을 올려놓고, 이불위에서서 두 발로 꼭 꼭 밟아서 짠다.
먼저 가운데 부분을 두 발로 여러 차례 밟아서 짠다. 가운데 부분을 여러 차례 잘 밟아서 짠 후 그다음엔 가장 자리부분도 꼭 꼭 밟아서 짠다. 꼭 꼭 정성스럽게 잘 짜야 된다.
꼭 짜야 된다.
그래야 빨랫감이 잘 마른다. 두 발로 양쪽 가장자리 부분을 골고루 돌아가며 꼭 꼭 밟으니 물기가 잘 빠져 나온다. 맑은 물이 싹 싹 빠져 나온다.
가운데 부분,
그리고 오른쪽, 왼쪽, 그리고 앞쪽, 뒤쪽, 골고루 매 꼭 꼭 밟아서 짠다. 두 발로 꼭 꼭 밟을 적마다 맑은 물이 싹싹 빠져 나온다. 맑은 물이 싹 싹 잘 빠져 나온다.
빨랫감을
워낙 깨끗이 헹궜기 때문에 맑고 깨끗한 물이 빠져 나온다. 비눗물이 조금도 섞이질 않았다. 조금도 안 섞였다.
이불은
워낙 빨랫감이 큰 것이어서 비눗물을 깨끗이 헹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보니 이불에서 빠져나오는 물에 비눗기가 전혀 안 섞였다. 아주 맑고 깨끗한 물만 빠져 나온다.
참 깨끗이 잘 헹구어 졌다.
그리고
이불도 꽤 잘 빨아진 모양이다. 빨랫감에서 물이 빠져나오자 이불이 반짝반짝 윤기를 내기 시작한다. 물기가 빠진 빨랫감에서 윤기가 반짝반짝 난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참 잘 빨아졌다.
기분이 상쾌하다.
“이불이 이렇게 깨끗이 빨아지다니!”
“여름 내내 장마철에 곰팡이가 일고, 썩고, 벌레가 기어 다니던 이불이, 이렇게 깨끗이 빨아지다니!”
띵 호아!
기분 째진다. 기분 째진다. 맑고, 상쾌하고, 짜릿짜릿한 기쁨이 몸속에서 솟아 나온다. 기분 최고다. 이제부턴 가뿐하고, 상큼하게 빨아진 깨끗한 이불을 덮고 기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바라볼수록 기분 째진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바라볼수록 기분 째진다. 더럽고, 곰팡이가 일고, 썩은 냄새가나는 것은 이제 끝이다.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는 맑고, 깨끗하고, 가뿐한 이불을 덮고 기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무슨 뜻일까?
기도를 해 보니, 전쟁에 관한 계시이다.
이번 남`북한 전쟁으로 인해서, 이제까지의 세속에 깊이 물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빨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 10월 17일 경이다. 며칠 안 남았다. 벌써 임진강가에서 북소리가 둥! 둥! 둥! 들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제 10월 17일이 얼마나 눈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