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날개
2009. 8. 24일
<p. m 10시에 받은 계시>
독수리가 날갯짓을 한다.
어미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한다.
넓은
들판 한 중앙에 국기봉 하나가 높이 솟아 있는데, 독수리 한 마리가 그 국기봉위에 날아 앉기 위해서 날갯짓을 한다.
국기봉이
꾀 높다. 국기봉 꼭대기가 까마득히 구름에 닿을 만큼 높다. 까마득하다. 국기봉이 그렇게 높다. 그런데 그것이 꼭 국기봉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국기봉처럼 생겼을 뿐이다.
넓은
들판에 그렇게 높은 국기봉하나가 우뚝 솟아있는데, 어미 독수리 한 마리가 그 국기봉꼭대기에 날아 앉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그런데도 독수리는 그 국기봉에 살짝 날아 앉지를 못한다.
이제
한 뼘 정도만 더 날아오르면 국기봉 정상에 닿겠는데도, 그 한 뼘을 남겨놓고 정상에 날아오르지를 못한다.
그까짓
한 뼘이면 날개로 한번 휙~ 하면 될 것을 가지고, 고걸 날아 앉질 못하고 파득파득 날갯짓만 하고 있다. 독수리답지가 않다. 전혀 독수리답지가 않다. 고까짓 한 뼘을
날아오르지를 못하다니!,
파득파득 있는 힘을 다해 퍼덕여 보지만, 독수리는 끝내 그 한 뼘을 날아오르지 못한다.
날갯짓을 하는
독수리를 보니, 독수리의 몸체는 잘 보이지를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몸체는 보이지를 않고 파득거리는 양쪽 날개만 보인다. 양쪽 날개만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이 날개가,
이 날개가, 날개가 정상적인 날개가 아니다. 살아 있는 독수리의 날개가 아니다. 죽은 날개다. 썩은 날개다. 박재를 했던 날개다. 독수리를 잡아서 박재를 해 놓았던 바짝 마른 날개다.
바짝 마른 날개다보니, 파득파득 날갯짓을 하는 동안에 자꾸만 깃털이 부서져 나가기만 한다. 바짝 말려서 박재를 해 놓았던 것이라서, 퍼덕이면 퍼덕일수록 깃털만 부서져 나갈 뿐,
나머지 한 뼘을 날아오르지를 못한다.
파득 파득, 파득 파득,
정상에 날아 앉기는 다 틀렸다. 어림도 없다. 몇 차례나 파득파득 있는 힘을 다해 퍼덕여 보지만, 독수리의 날개는 장 그 자리다. 단 1cm도 더 올라가지 못한다.
파득파득,
파득파득, 장 그 자리다. 단 일 센티도 날아오르지 못한다. 파득파득, 파득파득, 안 된다. 안 된다. 파득 파득, 파득 파득, 안 된다. 안 된다. 어림도 없다. 다 틀렸다.
무슨 뜻일까?
이번 인공위성이 날기는 해도, 제대로 성공을 하지 못한다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