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1박스
2009. 7. 31일
<a. m. 11시에 받은 계시>
“그런데 왜 이렇게 시꺼멓게 생겼지?
하얗고 반짝반짝하는 기가 없고,
가만있어봐,
새것이라서 그런가,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인가, 그래서 날이 시꺼멓게 생겼는가?
맞네, 새것이네,
이건 조선낫이고, 이건 왜낫이네, 그리고 또 이건 조선낫이고, 그리고 또 이건 왜 낫이고, 가만있어봐, 조선낫과 왜 낫을 한 쌍씩 짝을 지어서 담아놓았네,
이렇게 한 쌍,
이렇게 한 쌍, 그리고 또 한 쌍, 또 한 쌍, 가만있어봐, 전부 합하면 4~5쌍은 되겠네,
그런데 무엇 하려고 이렇게 한 박스씩이나 사 왔을까,
그리고
이건 조선낫이란 것이 왜 이렇게 왜소하게 생겼을까, 날의 폭이 좀 좁지 않은가, 날의 두께도 그렇고, 좀 작은데, 분명히 조선낫은 맞는데, 왜낫은 아닌데,
이건 어떤가,
이건 정상적이네, 왜낫은 날의 폭이 정상적으로 널찍하게 생겼네, 조선낫이 좀 폭이 좁네,
아니,
이렇게 좁은 낫은 어데 비좁은 장소에서 사용할건가?”
윽!
소름이 확 끼친다. 조선낫 1박스가 나타나는데, 박스 속에 대략 4~5쌍이 들어있다.
보니, 낫의 날 등이 위를 향하도록 세워서 정열을 해 놓았는데, 앞쪽으로는 조선낫 하나 곁에
바로 붙여서 뒤쪽으로는 왜낫하나, 그리고 그 다음에도 조선낫은 앞쪽을 향하고
왜낫은 뒤쪽을 향해서 나란히 4~5쌍이 정열 되어 있다.
낫들이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어서, 낫의 날들을 보드라운 종이로 잘 감싸 놓았다. 서로 부닥치더라도 날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잘
감싸놓은 하얀 종이를 조심스럽게 풀어보니, 시꺼먼 쇳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윽!, 낫의 날이 시꺼멓게 생겼다. 조선낫의 날도 시꺼멓게 생겼고 왜낫의 날도 시꺼멓게 생겼다.
낫의 날이라는 것이 하얗고 반짝반짝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것들은 모두가 시꺼멓게 생겼다. 보니 아직 한번도 사용을 하지 않은 것들이라서 그렇다.
시꺼먼 날을 보니,
윽!
소름이 확 끼친다. 마치 피를 부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라볼수록 정이 뚝 떨어진다. 손끝이 도저히 낫 쪽으로 갈 생각을 않는다. 만져볼 생각을 않는다.
조선낫은
날이 좀 좁게 생겼다. 날의 폭이 보통 조선낫보다 좁다. 그리고 날의 두게도 좀 얇게 생겼다. 언뜻 보기에 왜낫처럼 생겼다.
조선낫이라는 것이
날이 두툼하고 뭉턱하면서, 망치처럼 튼튼한 것이 특징인데, 이 것은 안 그렇다. 보통 보는 조선낫의 날보다 폭이 좀 좁게 생겼다.
이런
낫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사용한다면 편리하겠다. 가령 좁은 공간에서, 개나 돼지를 잡을 때 뼈있는 부분을 아삭 아삭 도려내거나, 탁 탁 치는데 사용다면 편리하겠다.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시꺼먼 낫들을 보니, 바라볼수록 정이 뚝 떨어진다. 소름이 쫙 끼친다.
이상하다.
자꾸만 거부 반응이 간다. 마치 이 낫들이 무언가 피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는 어디어디까지 가서 얼마만큼 피를 흘리고, 너는 어느 쪽으로 가서 얼마 얼마만큼 피를 흘리고.......,
박스 안에
나란히 정열 되어있는 시꺼먼 낫들이, 무언가 자기들끼리 맡은 임무에 대한 가족회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윽!,
시꺼먼 쇳가루를 떨어뜨리는 녀석들이 바라볼수록 정이 뚝 떨어진다. 살기가 느껴진다. 소름이 쫙 끼친다. 얼굴이 있는 대로 찌푸려진다.
윽!
윽!
무슨 뜻일까?
기도를 해 보니, 이 한 박스나 되는 낫들이, 모두 다 한국전에 사용할 것들이다.
1박스나 되는
이 많은 낫들이 집집마다 한꺼번에 뚫고 들어가서, 아빠를 맡은 낫은 아빠를, 엄마를 맡은 낫은 엄마를,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맡은 낫들은 각각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또
어린 아이들을 맡은 낫들은 어린 아이들을, 이렇게 각각 자기가 맡은 사람을 찾아내어서, 온 가족을 한꺼번에 살육한다는 뜻이다.
이번 전쟁은
옛날처럼, 가족 중 한 두 사람이 희생을 당하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어느 지역이 그 지역 전체가 통째로 한꺼번에 희생을 당하는 어마어마한 심판의 전쟁이 된다.
몇 십, 몇 백만이든지,
그 지역 전체가 통째로 한꺼번에 살육을 당하는 전쟁이다. 그래서 낫이 한꺼번에 한 박스씩이나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