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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10

 

 

 

 

                               김치 10

                                                                         2009. 7. 8일

 

 

 

   뚜껑을 열려고 통을 잡는 순간이다.

  “아! 김칫통이 뜨끈뜨끈하다.

   쯧쯧! 실수,

   이럴 것이라고 예측을 하면서도 설마하고 윗목에 하루 종일 놓아둔 것이 실수다. 쯧쯧!, 아무래도 갔을 것 같다. 어쩐다! 혹시 곰팡이라도 하얗게 끼어버렸으면 큰일인데,”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뚜껑을 확! 열어보았다.

  “쯧쯧! 갔다. 조금 갔다. 벌써 하얀 막이 형성되고 말았다. 냄새가 야릇하다.

   많이 갔다.

   푹 상했다. 하얀 막이 살짝 덮이고 말았다. 기겁을 하고 숟가락으로 뒤적여 보니, 숟가락 끝에 하얀 곰팡이 막이 끈끈하게 딸려 올라온다.

  “쯧쯧!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렇게 더운 날에 플라스틱 통에다 하루 종일 놓아두었으니, 무슨 재주로 상하지 않고 견딜 수 있단 말인가?”

   니글니글한

   냄새가 푹푹 솟아난다. 맛이 착 갔다. 맛뿐이 아니다. 색깔도 변했다. 색깔도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김치가 하얀 것이, 싱싱한 기가 전혀 없다. 끈적끈적하고 미클 미클 한 것이

   김치가 아주 푹 썩고 말았다.

   닉닉하고, 니글니글하고, 미클 미클 할 뿐이다.

   어쩐다?

   그렇다고 아주 못 먹을 정도로 푹 썩은 것은 아닌데, 아깝게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클 미클하고 끈끈하게 썩어가는 김치를, 그대로 냄비에 털어 넣고 찌개를 끓일 수도 없고,

  “아 참!

   아까워 죽겠다. 이렇게 아까운 김치를 거름더미에 들어부어야 되다니,”

   쯧쯧!, 인상을 있는 대로 써가며 아까워해 보아도 별 뚜렷한 방법이 없다.

  “아 참, 어쩐다?”

 

   무슨 뜻일까?

   벌써 10번째 내려오는 김치 환상이다. 김치 환상은 전쟁에 대한 징조가 나타날 것을 보여주시는 계시다.

   이번에는 푹 쉬어버린 김치를 보여주신 것을 보면, 무언가 아주 고약한 전쟁의 징조가, 또 한 가지 추가될 모양이다.